흔적/01 이렇게 살고 있어

이렇게 살고 있어 / 김지태

2014. 10. 1. 00:41

 안전벨트를 메는 게 싫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바둥대는 것 같아서. 작은 일이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확률을 줄여나가고 싶다. 살아가고 있다가 아니라 살아나가고 있다. 

 친구가 사귀고 싶었다. 내 사소한 일들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 그의 불행이 나의 불행처럼 느껴지고 나의 불행에 동감해주고, 만나는 게 즐겁고 대화가 끊이지 않는 그런 친구. 몇 명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누가 그랬었는데. 친구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다가가는 거라고. 내가 다가가면 다들 멀어지던데. 이건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내게 거짓말을 한 걸까. 옆에 있는 거라곤 늘 익숙한 빈자리. 정적. 

 기대하지 않아요 라고 말한다. 기대하면 늘 실망하게 되니까. 그래서 난 차라리 기대 안해요. 기대를 하지 않으면 뜻밖의 진심에 더 기쁠 수 있을테니까. 

 근 3년만의 학교. 변한 것들이 많다. 조용하기만 했던 골목마다 못보던 가게들이 들어섰다. 오랜 시간 자릴 지켜온 테이크 아웃 커피집도 다른 곳으로 자릴 옮겼다. 3년 전만해도 이 거리 골목마다 시끄럽지만 참 익숙하고 정감있던 선배들 후배들이 있었는데. 수업 듣기 싫다면서 늑장 부리고, 휴강 시간이면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던 누나, 형들. 다들 어디서 잘 들 지내고 계실런지. 

 내가 가끔 말실수로 짖궂게 농담하더라도, 더 크게 비웃으며 내게 소리치던 그 선배는, 이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한다. 키도 크고, 농구도 잘하고, 노래까지 잘하던 그 형은 몇년 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가끔 술 생각날 때 학교에 온다고 한다. 내게 한예슬이 자기 본명이라고 사기 아닌 사기를 치던 내 동기는, 좋은 베필을 만나 내년엔 이제 결혼을 한다며 며칠 전 연락을 전해왔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다. 그게 참 신기하다. 같이 헤매고, 같이 부딪히던 그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의 삶이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들은 멈추질 않는다. 넘어지는 때엔 바닥을 짚고 일어서고, 구르는 때에는 바닥까지 구르곤 다시 털고 일어선다. 익숙한 일이란 듯이. 

 옆에서 누군가가 그런다. 저 사람들, 자격 미달의 인생들이라고. 미래가 컴컴하다고. 그에 난 항변한다. 그건 자격 미달이 아니구요. 추레한 멋이에요. 라고.

 언제까지 추레할 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늘 멋진 나의 사람들. 그런 당신들을 보면서 오늘, 저도 생각해요. 나도 당신들만큼 더 멋있어져야겠다고. 내일도 힘냅시다.